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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일기 100일차

by 이데아6926 2026.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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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일기 100일차
세 자릿수라는 마디를 넘으며, 비로소 나의 계절을 만끽한다.

번째 날이다. 지난 1월 8일, 코끝을 스치는 찬 바람 속에 결연하게 시작했던 금연이 어느덧 백 일이라는 시간의 층위를 쌓았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시간 동안, 나는 단순히 연기를 참아낸 것이 아니라 내 삶을 옥죄던 낡은 관성을 끊어내고 있었다. 이제는 금연이 '노력'이 아닌 나의 '정체성'으로 서서히 스며들었음을 느낀다.

그동안 참으로 많은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정성을 다했던 입찰에서 탈락하며 겪었던 쓰라린 허탈감, 그리고 그 틈을 타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니코틴의 유혹들. 예전 같으면 '스트레스'라는 그럴듯한 핑계 뒤로 숨어 연기 속에 나를 가두었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내가 직접 개발한 '금연계산기 앱' 속에서 묵묵히 올라가는 숫자들이 나를 붙들었다. 내가 짠 코드 한 줄 한 줄이 결국 나를 지키는 가장 견고한 방파제가 되어준 셈이다.

 

스마트폰 화면 속 대시보드에는 100이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빛나고 있다. 지금껏 피하지 않은 1,200여 개의 담배, 그리고 되찾은 수많은 시간들. 그 명징한 데이터는 나에게 말해준다. 외부의 성과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조차, 내 호흡과 내 의지만큼은 온전히 나의 영역임을. 입찰 실패의 충격 속에서도 맑은 정신을 유지하며 견뎌냈던 지난 며칠은, 아마도 이번 100일의 여정 중 가장 값진 승리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스마트폰 속의 100일차를 보고 있는 이데아

오랜 시간 멈춰있던 이 기록을 다시 시작하며 깨달은 것이 있다. 나의 이야기를 활자로 옮기는 행위 자체가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나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아준다는 사실이다. 100일이라는 마디를 넘었다고 해서 유혹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이제는 그 파동을 관조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맑아진 폐부로 들이마시는 4월의 공기는 그 어느 때보다 달콤하고 정직하다.

 

버틴 방법은 결국 나 자신을 믿는 것이었다. 일상이 주는 희로애락을 도피하지 않고 온전히 마주하는 법을 배웠다. 자극적인 연기로 마비시키지 않아도, 차분한 사색과 가족의 온기, 그리고 내가 만든 기록의 숫자들이 나를 충분히 위로해 주었다. 비워냄으로써 비로소 더 넓은 세상을 채울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제야 온몸으로 체감한다.

백 번의 밤이 평화롭게 저물어간다. 오늘의 이 소회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연기 없는 세상의 투명함을 사랑하며, 더 단단해진 숨결로 내일을 맞이하려 한다. 푸른 나무처럼 묵묵히, 그리고 깊게 뿌리 내리는 삶을 향해 나아가겠다.

 

 

금연일기 100일차,
이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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