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시간은 왜 이리 화살처럼 빠른지 모르겠다. 정신없이 먹고 마시고 웃다 보니 어느새 부산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쉰 중반 아저씨들의 몹쓸 생체 시계는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6시에 눈을 뜨게 만들었다. 묵직한 머리를 이끌고 대충 씻은 뒤, 우리는 이번 여행의 마지막 아침 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섰다.
1일 차의 실패를 만회하고자 신중하게 고른 곳은 '수변최고돼지국밥 센텀점'. 결론부터 말하자면, 첫날의 밍밍했던 국밥과는 차원이 달랐다. 진하고 묵직한 국물 한 숟가락에 어제의 숙취가 단번에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다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뚝배기를 깨끗이 비웠다. 든든하게 배를 채운 우리는 호텔로 돌아와 마지막 체크아웃 준비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광안대교 위에서 즐기는 부산 뷰, 그리고 태종대로의 긴 여정
호텔 체크아웃 후, 우리는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벡스코 옆 정류장으로 이동했다. 지하철 대신 선택한 교통수단은 3001번 버스. 이 버스의 묘미는 좌석에 앉아 부산의 랜드마크인 광안대교와 부산항대교를 모두 건널 수 있다는 점이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탁 트인 바다와 도심의 전경을 감상하며 자갈치시장역까지 편안하게 이동했다.
쉰 중반의 체력에 가방까지 메고 관광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는 지하철역 물품보관함에 모든 짐을 집어넣고, 홀가분해진 어깨로 다시 시내버스에 올라 태종대로 향했다.
다누비 열차가 살린 50대의 무릎, 태종대의 시원한 비경
태종대에 도착하니 바닷바람이 우리를 반겼다. 가파른 언덕길을 걸어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았던 우리는 쿨하게 '다누비 열차' 표를 끊었다. 알록달록한 열차에 몸을 싣고 편안하게 전망대로 이동했다. 열차 덕분에 우리의 소중한 무릎 연골을 아낄 수 있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바다는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 그 너머로 보이는 오륙도의 모습에 한동안 말없이 바다만 바라보았다. "야, 날씨도 좋고 진짜 오길 잘했다." 어제의 해동용궁사 공사판에 대한 보상을 받는 듯했다.
전망대 구경 후, 우리는 산책로를 따라 태종사까지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고즈넉한 사찰의 분위기를 잠시 느끼고 다시 열차를 타고 입구로 내려왔다.
남포동에서의 소소한 먹방과 예상치 못한 난관들
택시를 타고 남포동 BIFF 광장으로 이동했다. 점심 메뉴는 부산의 또 다른 명물, 완당으로 정했다. '18번 완당집'의 완당면은 부드러운 만두피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전날의 자극적인 음식들에 지쳤던 위장이 부드럽게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식사 후, 우리는 국제시장과 깡통시장을 구석구석 누비며 도보 관광을 즐겼다. 옛 추억이 살아있는 시장 통로를 걸으며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는 이 시간이 참 좋았다. 지나가다 들른 고래사어묵에서 친구 녀석은 가족들에게 줄 기념품을 한가득 구매했고, 우리는 즉석에서 따뜻한 핫바 하나씩을 입에 물고 행복해했다.
가방을 찾으러 다시 자갈치역으로 이동했다가, 지하철을 타고 부산역에 도착했다. KTX 타기 전, 부산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제대로 즐기고 싶었다. 유명하다는 이재모 피자로 향했지만, 엄청난 웨이팅 줄에 1차로 좌절했고, 무엇보다 피자집에서 맥주를 팔지 않는다는 사실에 경악하며 미련 없이 발길을 돌렸다. 쉰 중반의 마지막 식사에 술이 빠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차이나타운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하필이면 브레이크 타임이었다. 여행의 마지막이 자꾸만 꼬이는 듯했지만, 70년생 개띠 아저씨들은 당황하지 않는다.
불끈낙지에서의 화끈한 해단식, 그리고 행복한 복귀
결국 우리가 찾아간 곳은 '불끈낙지'. 매콤한 낙지볶음 세트 메뉴와 함께 드디어 갈망하던 소주병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화끈하게 매운 낙지볶음 한 점에 시원한 소주 한 잔. 여행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며 입가에 미소가 돌았다. "야, 비록 피자는 못 먹었지만, 낙지가 더 낫다!" 서로 잔을 부딪치며 이번 2박 3일의 무계획 여행을 유쾌하게 복기했다. 맛있는 안주와 친구들과의 수다 덕분에 우리의 마지막 '해단식'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게 마무리되었다.

빵빵해진 배를 두드리며 KTX에 몸을 실었다. 서울역으로 향하는 기차 안, 창밖으로 멀어지는 부산의 야경을 바라보며 가슴 가득 행복한 기억을 채웠다. 엉성해서 더 즐거웠고, 무계획이라 더 유쾌했던 70년생 개띠들의 부산 여행. 다음은 또 어디로 떠나 무릎 아프다며 투덜거릴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서울역에 도착해 우리는 "다음에 또 가자"는 무언의 약속을 남기고 해산했다. 친구들과 함께한 2박 3일, 참으로 행복했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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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으니 참 신기하게도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진다. 어젯밤 서면 뒷골목을 누비며 그렇게 독주를 들이부었건만, 아침 6시가 되니 약속이나 한 듯 70년생 개띠 아저씨 셋이 부스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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