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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 Travel

해동용궁사 공사 낭패부터 해운대 낮술까지, 50대 아저씨들의 기승전'술' 부산 여행

by 이데아6926 2026.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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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으니 참 신기하게도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진다. 어젯밤 서면 뒷골목을 누비며 그렇게 독주를 들이부었건만, 아침 6시가 되니 약속이나 한 듯 70년생 개띠 아저씨 셋이 부스스 일어났다. 개운하게 샤워를 마치고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여행 2일 차의 아침이 밝은 것이다.

숙소인 센텀 프리미어 호텔 근처에 위치한 '금수복국 센텀벡스코점'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7시 50분. 역시 아침 해장으로는 뜨끈한 복국만 한 게 없다.

미나리가 듬뿍 들어가 전날의 숙취를 말끔히 씻어준 맑고 시원한 금수복국

뚝배기 안에서 펄펄 끓는 맑은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으니 단전에서부터 크으 하는 아저씨 특유의 탄성이 절로 튀어나왔다. 미나리의 향긋함과 담백한 복어 살코기가 어우러져 간밤에 혹사당한 위장이 부드럽게 코팅되는 기분이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운 우리는 호텔로 돌아와 잠시 몸을 뉘었다. 무릎 연골과 체력을 아껴 써야 하는 50대에게 중간중간 휴식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중국인 관광객과 공사판의 콜라보, 아쉬운 해동용궁사

오전 9시 30분, 체력을 보충한 우리는 택시를 잡아타고 부산의 명소 해동용궁사로 향했다. 바다와 맞닿은 기암괴석 위에 지어진 절경을 친구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다. 작년 12월에 홀로 방문했을 때 보았던 그 탁 트인 비경이 뇌리에 깊게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이란 늘 내 맘 같지 않은 법이다. 입구에서부터 엄청난 인파의 중국인 관광객 무리에 치이기 시작하더니, 설상가상으로 용궁사 내부는 대대적인 공사 중이었다.

바다 뷰는 여전했지만, 공사 탓에 특유의 절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어 아쉬웠던 용궁사

어수선한 공사 자재들과 시끌벅적한 인파 속에서 내가 자랑스레 떠벌렸던 절경은 온데간데없었다. 처음 방문한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야, 내가 작년 겨울에 왔을 때는 진짜 기가 막혔는데 하필 오늘 이러냐"라며 멋쩍은 변명만 늘어놓았다. 아쉬운 대로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 몇 장을 남기고 쫓기듯 발길을 돌려야 했다.


청사포에서 해운대까지, 아저씨들의 무모한 걷기 투어

용궁사를 빠져나와 다시 택시를 타고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청사포 정거장으로 이동했다. 이곳부터는 느긋하게 바닷바람을 맞으며 걸어볼 요량이었다.

걷기도 전에 벌써 지쳐버린 듯 청사포 정거장 벤치에 주저앉아 휴식을 취하는 친구와 나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친구와 나의 모습이 렌즈에 담기니 영락없는 동네 아저씨들이다. 우리는 청사포에서 시작해 미포 정거장까지 산책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선선한 초여름의 바닷바람이 땀을 식혀주어 기분은 상쾌했지만, 미포를 지나 해운대 백사장까지 도보로 이어지는 코스는 쉰 중반의 체력에는 은근히 무리가 오는 일정이었다. 서로 "무릎에서 소리 나는 것 같다"며 농담반 진담반 투덜거리면서도 오랜만에 친구들과 발맞춰 걷는 이 시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유명세가 무색했던 밀면집 편육의 배신

한참을 걸어 해운대 중심가에 도착하니 어느덧 점심시간이었다. 땀도 흘렸겠다, 시원한 음식이 당겨 '춘하추동밀면 해운대직영점'으로 자리를 잡았다. 뙤약볕 아래서 고생한 우리에게 주는 포상으로 밀면과 함께 소주, 그리고 안줏거리로 편육을 시켰다.

시원한 밀면에 소주 한잔은 좋았으나, 가격 대비 영 아쉬웠던 편육

살얼음이 동동 뜬 밀면 육수에 소주 한 잔을 털어 넣으니 한낮의 열기가 싹 가시는 듯했다. 하지만 문제는 편육이었다. 접시에 담겨 나온 편육은 한눈에 보기에도 가격 대비 양이 턱없이 부족했다. 입에 넣어보니 특별할 것 없는 퍽퍽한 맛에 또 한 번 실망감이 밀려왔다. "관광지 물가가 아무리 비싸도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니냐"며 우리 셋은 입을 모아 투덜거렸다. 전날 신창돼지국밥에 이어 오늘 점심까지, 이번 여행은 어째 유명한 식당에서 자꾸만 소소한 배신을 당하는 기분이다.


민락회센터에서 찾은 완벽한 위로, 그리고 끝없는 야식

낮술 한 잔에 나른해진 몸을 이끌고 호텔로 복귀해 또 한 번의 달콤한 낮잠을 즐겼다. 저녁이 되자 언제 지쳤냐는 듯 다시 생기가 돈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민락회센터로 향했다. 부산에 왔으니 제대로 된 회 한 접시는 먹고 가야 직성이 풀리지 않겠는가.

멍게, 전복, 산낙지 등 싱싱한 해산물과 쫄깃함이 일품이었던 메인 회. 낮의 불만을 완벽하게 씻어준 맛이었다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자리를 잡고 앉으니 멍게, 해삼, 꼬물거리는 산낙지 등 바다 내음 가득한 해산물이 먼저 상을 채웠다. 곧이어 등장한 메인 회는 두툼하게 썰려 씹을수록 달큰하고 찰진 맛이 일품이었다. 낮에 편육으로 상했던 기분이 싱싱한 회 한 점과 소주 한 잔에 눈 녹듯 사라졌다. 맛있는 안주 앞에서는 나이도 잊은 채 수다가 멈추질 않는다.

 

회센터에서 기분 좋게 취기가 오른 우리는 이대로 하루를 마무리하기 아쉬워 숙소 근처 '1894이바구밀면'으로 향했다. 다들 위장이 어떻게 된 건지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다. 어제 맛없는 국밥을 먹은 게 한이 맺혔던 나는 기어코 돼지국밥을 시켰고, 친구 녀석들은 또 밀면을 시켜 소주잔을 부딪쳤다.

 

빵빵해진 배를 두드리며 호텔로 돌아와 편의점에서 사 온 캔맥주를 까며 하루를 복기했다. 해동용궁사에서의 낭패, 더위에 지쳤던 걷기, 맛없던 편육까지 완벽한 일정은 아니었지만, 그 틈새를 채워준 싱싱한 회와 끊이지 않았던 웃음 덕분에 50대 아저씨들의 무계획 부산 2일 차도 기분 좋게 저물어갔다. 맥주를 마시다 어느새 또 곯아떨어진 녀석들의 코 고는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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